전체 글58 20220518_오빠가 죽던 날1 오빠가 죽던 날 나는 청주에 여행을 가있었다. 대학 후배의 근무지가 청주 근처였기 때문에 후배도 볼 겸, 기분전환 삼아. 그날 정말 하루종일 이상하게 일이 꼬였다. 시간을 착각해 돌아가는 기차표를 새벽으로 예매하지를 않나, 알아봤던 음식점은 갑자기 휴무를 하질 않나, 두 번째로 찾아간 음식점에는 하필이면 먹으려던 메뉴가 품절이었고, 거기에 예약한 향수 공방은 주인이 아주 불친절했다. 집에 올라오는 일요일 저녁, KTX에서 오빠한테 전화를 걸었다. 오전에 오빠의 시험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쯤 푹 자고 일어났을 시간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받질 않았다. 오빠는 만나는 내내 피치 못할 사정(시험이나 일, 가족 식사, 면접...)이 있지 않는 한 연락이 안 된 적이 없는 사람이라, 나는 묘하다고 느끼면서.. 2022. 5. 18. 20220511_마지막 상담 마지막 상담을 했다. 마지막이라고 크게 다를 건 없었다. 뭔가 상담사님이 웃으면서 "오늘이 마지막 상담입니다. 이제 상담이 필요 없을 것 같네요." 하면, "그런가요...☆" 하면서 창문 밖 푸른 하늘을 쳐다보며 힘들었던 지난 날을 회상하곤 눈물을 한방울 떨구고, 선생님은 그런 나를 대견하다는 듯 지켜보는... 뭐 그런 상상을 했었는데 그런 건 일체 없었고 그냥 결제한 횟수가 다 되어서 갑자기 끝났다. 3주 전까지만 해도 잠들기 전에 많이 울었었는데 요즘엔 그냥 잘 잔다고 말씀드려서 추가 상담을 권하진 않으셨나...? 뭐 전이랑 비교해서 많이 나아진 건 맞는 것 같다. 아직 약을 먹긴 하지만... 데스크에서 상담을 연장할 건지 결정해달라고 했는데, 필요해지면 오겠다고 말씀드렸다. 내가 선택을 할 수 있을.. 2022. 5. 13. 20220506_쇼핑 중독 쇼핑 중독인 것 같다. 정확하게 '옷' 쇼핑 중독이다. 충동적으로 구매를 할 때의 불안 어린 통쾌함과 배송을 기다리는 동안의 설렘, 그리고 예쁘게 맞을 때의 쾌감이 좋다. 문제는 사면 살 수록, 기분 좋음이 지속되는 텀이 줄어드는 게 보인다는 거다. 나의 가난한 쾌락이 한심하다. 한심한 기분이 들면 우울하고, 우울하면 또 무언가 살 것을 찾아 헤맨다. 감정적으로 계속 허기진데 그걸 온전히 채울 구석이 없는 느낌이 든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살 수는 없는데... 난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내가 실망스럽다. 원인이 다른 곳에 있다는 걸, 기분 좋음은 잠깐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계속 반복하는 게 마약 중독자랑 다를 바가 없다. 2022. 5. 6. 20220503_사람은 어떤 버릇들의 총체라서 사람은 어떤 버릇들의 총체라서 사람이 떠나면 사람 자체보단 그 사소하게 바스락대는 움직임이 더 그립다. 깊게 생각할 때 아랫입술에 엄지 손가락을 대는 버릇이나, 젓가락질하는 손, 식탁 오른쪽에 놓는 물컵, 잘 보려 할 때 찡그리는 눈썹, 음식점에 가면 제일 먼저 집는 반찬, 머리를 매만질 때 신경 쓰는 부분, 가방을 멜 때 먼저 넣는 팔, 양말을 추켜 올리는 높이 같은 것. 노력하지 않아도 떠오르는 그 사소한 것들이 내가 얼마나 가까이에서 그 사람을 봐 왔는지에 대한 증거이면서 내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구구절절한 기록이라서. 내가 하필 나라서 기억하는 거라. 잊히겠지. 다 잊어버려라. 2022. 5. 3. 20220421_삶 그 자체로의 의미 동생의 고등학교 동창이 자기 자취방에서 남자 친구에게 목을 졸려 살해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신고자는 고인의 친동생으로, 언니와 3일동안 연락이 안 되자 경찰 동행하에 자취방 문을 열었는데 그 안에 죽은 언니의 시체, 그리고 만취한 남자 친구가 있었다고 한다. 방에 틀어놓은 보일러 때문에 방치 기간이 3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체의 부패 정도가 심각했다고. 여자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일어난 다툼 중에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하는데, 대체 어떤 사람이 '우발적'으로 목을 졸라 사람을 죽인단 말인가. 게다가 신고는커녕, 썩어가는 여자 친구의 시체 옆에 버젓이 앉아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만취할 때까지 술을 마시는 행동은 충격을 넘어 역겹기까지 하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 자매의 어머니가 병환으로 돌아가신.. 2022. 4. 22. 데이터 분석시 체크해야 할 3가지(pap) 1. 왜 데이터를 활용하려는 지 목적을 분명히 한다. 데이터를 가공한다 ->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생각한다 (X)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생각한다 -> 데이터를 가공한다 (O) -> 나는 정형 데이터가 손에 들어오면, 선물을 받은 사람이 신이나서 포장지를 북북 찢어대듯 냅다 시각화부터 시작하는 나쁜 버릇이 있다. 정의서를 읽고, 목적에 맞게 효율적으로 움직이자! 2. 목적에 맞게, 가치 있는 데이터를 선택, 수집한다. 누가, 언제, 무엇을 했는지, 구체적인 행동을 특정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 고려. 데이터를 찾기 어려울 때는 (1) 유사한 데이터로 대체 (2) 데이터 수집 시작 (3) 수치화 되지 않은 데이터(정성적 데이터)로 대응 3. 데이터에서 발견한 인사이트는 결과일 뿐, .. 2022. 4. 20. 20220418_봄 벚꽃 코로나 때문에 2주간(1주는 가족이 양성이라, 1주는 내가 걸려서) 밖에 못 나갔다. 그 사이에 벚꽃이 폈다가 져버렸다... 대학교 때는 중간고사 준비하느라, 취업 준비할 때는 자격증 시험 준비, 프로젝트 진행하느라 못 봤던 벚꽃을 이제야 좀 보나 싶더니만. 아쉽다. 그래도 내년이 있으니까. 내년에는 꼭 개화 시기 맞춰서 밖으로 나가야지. 마스크를 벗은 채 벚꽃나무 아래에서 꽃비를 맞으며 서있고 싶다.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 들고. 약속 친구들의 만나자는 연락이 어색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연락이 오면 그래 여유 있을 때 한 번 보자, 나중에 보자, 밥 한 번 먹자 말은 하는데 글쎄... 모르겠다.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지... 난 원래 무슨 이야기를 했었지?... 고작 몇 달 전.. 2022. 4. 19. 20220407_근황 1. 49재 3시간에 걸친 제사를 했고, 처음으로 제사에서 눈치 보지 않고 울었다. 오빠의 고등학교 친구들이 많이 왔다. 유서에 적힌 친구들의 얼굴도 보였다. 그중 오빠, 나와 같은 대학교 출신이라 안면이 있는 친구에게 유서에 적혀있던 내용을 전해줬다. 오빠의 영정 사진과 가방, 옷을 태울 때 한 번 더 울었다. 그 와중에 '저거 쌤소나이트 가방이라 잘 안탈 텐데...' 같은 생각을 하는 내가 어이없었다. 오빠가 생전에 좋아하던 만두를 종로까지 가서 사 왔는데, 생각해보니 절이라 제사상에 고기를 못 올린다(!) 가족분들께 오빠가 좋아했던 만두라며 전해드렸다. 2. 일 기능이 어느 정도 회복된 것 같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엉망진창으로 해놓았던 업무를 수습하는 매일...이지만 차라리 이렇게 바쁜 게 낫다.. 2022. 4. 7. 20220329_지긋지긋하다 오빠의 핸드폰을 태운다고 한다. 앨범에는 내 사진밖에 없다. 다른 사진은 다 지웠던데. 아니, 하드 디스크로 옮긴 건가. 오빠 물건 못 챙겨 와서 어떡해... 근데 의미 없나... 어차피 죽은 사람인데 사진이 있든, 없든... 그리워할 거리들을 많이 남겨두는 게 맞는 건지. 그게 과연 누구에게 좋을지. 간 사람은 그렇다 쳐도 남은 사람에게 좋을지. 지금 당장은 눈앞에서 치우고 싶을 테지만, 나중에도 그럴까? 49재 전에 오빠 물건을 한 번 볼 틈이 있을 거다. 핸드폰, 지갑, 옷 같은 거. 핸드폰을 한 번 더 보는 게 맞을까, 그 안에 남겨진 기록의 잔상을 내가 견디며 살아갈 수 있을까. 아... 힘들다. 간 사람도 남은 사람도 불쌍한 사람들밖에 없다. 남은 삶을 견뎌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 2022. 3. 29. 20220328_ 탈 어제 오빠 제사를 다녀오고나서 몸이 아팠다. 원래도 제사를 다녀오면 기분이 착 가라앉았었는데 이번엔 가라앉다 못해 바닥을 파고 들어간 모양이다.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옷만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가만히 누워있으니 심장이 점점 빨리 뛰면서 왼쪽 가슴에 쥐어짜는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팔다리는 몸살기가 있을 때처럼 저리고 발이 너무 시려웠다. 해야할 일이 떠오르는데 도저히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어서 그냥 누워있다 까무룩 잠들었다. 우울한 감정이 넘실대는걸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꾹 눌러버렸더니 몸에서 탈이 난 것 같다. 오빠가 지난 여름에 아무 이유없이 허리가 아프다, 목이 결린다 했던게 생각나 가슴이 아팠다. 살을 파먹는 감정은 한데 엉켜서 몸과 마음을 짓누른다. 그래서 시간을 들여 한올씩 떼어내서 관찰하.. 2022. 3. 28.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