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록34 다시 열기 다시 열기 닫아 두려고 했는데, 1년전의 불쌍한 나들이 적어도 혼자가 아님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서. 고인의 명복을 빈다. 2023. 12. 27. 20221122_사랑을 하려고 태어났나보다 9월에 나의 오랜 친구이자 짧은 연애상대였던 분과 헤어질 때 "나는 너 덕분에 내가 연애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어." 같은 말을 했다. 사실 말보단 오기였다. "내가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부터 시작해서 "너는 나한테 맞는 옷이 아니다.", "나는 너와의 추억에 후회가 전혀 없다." 까지, 정말 나를 좋아하지 않는게 분명한 그 사람에게 너 또한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 안달 난 상태에서 꺼낸 말이었는데... 최근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 연애를 시작하면서 느낀점은, 저게 대충 던진 것 치고는 나라는 사람을 꽤 잘 정의하는 말이라는 것. 나는 정말 연애를 좋아한다... 연애하는 나는 굉장히 분주하다. 애인이 없을 때의 나도 분주한데, 애인이 있을 때는 평소의 2배, 3배 분주하다. 잠을.. 2022. 11. 22. 20220908_차였다 내가 너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너와 나는 맞물리는 톱니바퀴가 아니다. 너는 나한테 어울리는 옷이 아니다. 널 바꾸고 싶지도 않고, 나를 바꾸고 싶지도 않고 내가 바꿔달라고 해서 바뀐 너를 본다 한들 행복할 것 같지 않다. 뭐 온갖 비유를 가져다 대도, 결국은 넌 내 취향이 아니야 라는 말이지 뭐. 올해 벌써 두 번째 이별이다. 하나는 작별, 하나는 이별. 섣불렀다고 생각한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었고, 술을 마셨고, 선을 넘었다. 우리 서로 자기가 한 행동에 책임을 지려고 했던 것 같다. 이건 충동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우기면서. 호감 있던 친구를 잃는 것이 두려운 마음에, 계속 합리화하며 도망쳤던 것 같다. 사실 충동뿐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더 용기있는 있는 행동이었는데도 책임지는 것이 용.. 2022. 9. 18. 20220720 2022. 8. 2. 20220620_투 더 본 우연히 유튜브에서 '투 더 본'이라는 영화의 리뷰를 봤다. 3년 전쯤에 넷플릭스를 뒤적이다 릴리 콜린스가 나온다는 이유로 가볍게 틀었다가, 섭식장애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겪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에 적잖이 당황했었던 영화다... 뜻밖의 내용에 놀라면서도 섭식장애, 그 중에도 거식증이 단순히 "과한 다이어트"나 "개인적인 문제"라는 개념으로 접근할 거리는 아니라는 걸 짧게나마 이해해 볼 수 있는 기회였기에 여튼 인상 깊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올해 초, '그 일'을 겪고 나서 나도 8주 정도 짧게 섭식장애를 겪었다. 입맛이 없는 상태와 말라가는 몸이 뿌듯하고 그렇게 쭉 영원히 말라비틀어지고 싶은 마음이라고 할까. 말라가는 몸이 마치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죄책감이 여전함을 증명해주는 것 같아 편.. 2022. 6. 20. 20220524 오빠가 또 꿈에 나왔다. 나는 오빠를 안은 채로 꼭 하고싶은 말이 있다고, 우리 헤어지자고 했다. 오빠의 반응이 어땠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오빠가 자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낮시간이 진짜 힘들었다고, 정말 죽고 싶었다고 했다. 나는 많이 힘들었겠다고 했다. 나는 이쪽 세상에 오면 오빠가 있는데, 저쪽 세상에 가면 없어서 너무 슬프다고 말하며 울었다. 곧 오빠가 사라졌고 잠에서 깼다. 출근길 내내 오빠가 보고싶은데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속상했고, 내가 무엇보다도 간절히 원하는 것이 제대로 된 이별이며,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알아 씁쓸했다. 그리고 지금은 제대로 된 이별을 빼앗아간 오빠가 원망스럽다. 오늘은 좀 힘들다. 울고싶은데 울고싶지 않다. 일하다가 울고싶지 않다. 오빠 제발 그만 좀 .. 2022. 5. 24. 20220518_오빠가 죽던 날1 오빠가 죽던 날 나는 청주에 여행을 가있었다. 대학 후배의 근무지가 청주 근처였기 때문에 후배도 볼 겸, 기분전환 삼아. 그날 정말 하루종일 이상하게 일이 꼬였다. 시간을 착각해 돌아가는 기차표를 새벽으로 예매하지를 않나, 알아봤던 음식점은 갑자기 휴무를 하질 않나, 두 번째로 찾아간 음식점에는 하필이면 먹으려던 메뉴가 품절이었고, 거기에 예약한 향수 공방은 주인이 아주 불친절했다. 집에 올라오는 일요일 저녁, KTX에서 오빠한테 전화를 걸었다. 오전에 오빠의 시험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쯤 푹 자고 일어났을 시간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받질 않았다. 오빠는 만나는 내내 피치 못할 사정(시험이나 일, 가족 식사, 면접...)이 있지 않는 한 연락이 안 된 적이 없는 사람이라, 나는 묘하다고 느끼면서.. 2022. 5. 18. 20220511_마지막 상담 마지막 상담을 했다. 마지막이라고 크게 다를 건 없었다. 뭔가 상담사님이 웃으면서 "오늘이 마지막 상담입니다. 이제 상담이 필요 없을 것 같네요." 하면, "그런가요...☆" 하면서 창문 밖 푸른 하늘을 쳐다보며 힘들었던 지난 날을 회상하곤 눈물을 한방울 떨구고, 선생님은 그런 나를 대견하다는 듯 지켜보는... 뭐 그런 상상을 했었는데 그런 건 일체 없었고 그냥 결제한 횟수가 다 되어서 갑자기 끝났다. 3주 전까지만 해도 잠들기 전에 많이 울었었는데 요즘엔 그냥 잘 잔다고 말씀드려서 추가 상담을 권하진 않으셨나...? 뭐 전이랑 비교해서 많이 나아진 건 맞는 것 같다. 아직 약을 먹긴 하지만... 데스크에서 상담을 연장할 건지 결정해달라고 했는데, 필요해지면 오겠다고 말씀드렸다. 내가 선택을 할 수 있을.. 2022. 5. 13. 20220506_쇼핑 중독 쇼핑 중독인 것 같다. 정확하게 '옷' 쇼핑 중독이다. 충동적으로 구매를 할 때의 불안 어린 통쾌함과 배송을 기다리는 동안의 설렘, 그리고 예쁘게 맞을 때의 쾌감이 좋다. 문제는 사면 살 수록, 기분 좋음이 지속되는 텀이 줄어드는 게 보인다는 거다. 나의 가난한 쾌락이 한심하다. 한심한 기분이 들면 우울하고, 우울하면 또 무언가 살 것을 찾아 헤맨다. 감정적으로 계속 허기진데 그걸 온전히 채울 구석이 없는 느낌이 든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살 수는 없는데... 난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내가 실망스럽다. 원인이 다른 곳에 있다는 걸, 기분 좋음은 잠깐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계속 반복하는 게 마약 중독자랑 다를 바가 없다. 2022. 5. 6. 20220503_사람은 어떤 버릇들의 총체라서 사람은 어떤 버릇들의 총체라서 사람이 떠나면 사람 자체보단 그 사소하게 바스락대는 움직임이 더 그립다. 깊게 생각할 때 아랫입술에 엄지 손가락을 대는 버릇이나, 젓가락질하는 손, 식탁 오른쪽에 놓는 물컵, 잘 보려 할 때 찡그리는 눈썹, 음식점에 가면 제일 먼저 집는 반찬, 머리를 매만질 때 신경 쓰는 부분, 가방을 멜 때 먼저 넣는 팔, 양말을 추켜 올리는 높이 같은 것. 노력하지 않아도 떠오르는 그 사소한 것들이 내가 얼마나 가까이에서 그 사람을 봐 왔는지에 대한 증거이면서 내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구구절절한 기록이라서. 내가 하필 나라서 기억하는 거라. 잊히겠지. 다 잊어버려라. 2022. 5. 3.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