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상담을 했다. 마지막이라고 크게 다를 건 없었다. 뭔가 상담사님이 웃으면서 "오늘이 마지막 상담입니다. 이제 상담이 필요 없을 것 같네요." 하면, "그런가요...☆" 하면서 창문 밖 푸른 하늘을 쳐다보며 힘들었던 지난 날을 회상하곤 눈물을 한방울 떨구고, 선생님은 그런 나를 대견하다는 듯 지켜보는... 뭐 그런 상상을 했었는데 그런 건 일체 없었고 그냥 결제한 횟수가 다 되어서 갑자기 끝났다.
3주 전까지만 해도 잠들기 전에 많이 울었었는데 요즘엔 그냥 잘 잔다고 말씀드려서 추가 상담을 권하진 않으셨나...? 뭐 전이랑 비교해서 많이 나아진 건 맞는 것 같다. 아직 약을 먹긴 하지만...
데스크에서 상담을 연장할 건지 결정해달라고 했는데, 필요해지면 오겠다고 말씀드렸다. 내가 선택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나아졌다는 사실이 낯설면서도 약간 설렜다. 상담사님을 다시 뵐 일이 없을 것만 같은 느낌에 아쉬워서 상담사님 성함을 여쭤봤다. 이 이름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오빠와 오빠의 죽음이 생각나는 물건을 주변에서 다 치우고, 빈 공간을 익숙했던 것이나 아예 새로운 것으로 다시 채워 넣고 있다. 먹고 싶은 걸 먹고, 하고 싶은 걸 하면서 현재에 충실하게 산다. 오로지 내 것으로만 채워나가는 일상이 잔잔하고 좋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각종 SNS를 지운 것도 잘 한 선택같다. 타인의 눈으로 관찰되는 나보다, 그냥 내 눈을 통해 보는 나와 더 친해졌다. 상대적인 기준으로 나를 평가하지 않으니, 내가 조금 더 괜찮은 사람 같이 느껴진다.
내가 겪은 일은 아주 슬프고 고된 일이지만, 평생 붙들려서 가슴 아파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언젠간 죽으니까. 오빠나 오빠네 가족 입장에서는 매몰차게 느껴지려나. 그런데 어떡해요. 저도 같이 주저앉아 죽어버릴 순 없잖아요. 오빠를 알기 전, 23살의 나도 괜찮게 잘 살았었다는 걸 기억한다. 그리고 27살의 나도 나름 잘 살아갈 것이라 믿는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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