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록/생존일기

20220308_치과, 번개탄

by E0 2022. 3. 8.

어제 아침약을 안먹고 회사에 갔더니 다른 때보다 불안 증세가 심해졌나보다.

어제 쓴 글을 보니 완전 환장 대파티... 근데 진짜 힘들었다 어제는... 

오늘 아침은 잊어버리지 않고 약을 챙겨 먹었다! 약발이 돌아서 그런가 기분이 안정적이다못해 조금 졸렸다...

 

 


 

어제 퇴근하고 치과 가는 길에 갑자기 설움과 괴로움이 복받쳐서 차 안에서 엄마한테 엄청 짜증부리면서

엉엉 울면서 갔다. 치과에 도착하고나서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아 접수 직원분이랑 눈도 맞추지 않고 그냥 털썩 앉아있다가 진료를 받았다. 기다리는 내내 우울하다, 내 인생은 왜 이럴까 뭐 이런 생각밖에 안했던 것 같다.

 

검진이 끝나고 스케일링을 받았는데 진짜 오지게 아팠다... 잇몸을 뿌리쪽까지 꼬챙이로 쑤시는 것 같았다. 5년 만에 받은거라 치석이 많이 껴있었는가보다. 스케일링 기구가 엄청 살벌한 소리를 내면서 이빨 사이사이를 파고드는데 잇몸이 쑤시는건 기본이고, 특히 앞니 스케일링 할 때는 치아 신경이 저릿저릿해서 죽을맛이었다. 우울함이고 자시고 빨리 아픈게 끝났으면 좋겠다, 뭐든 지금보단 낫겠다 싶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그렇게 스케일링을 잘 버텨내고 치과를 나오는데, 뭔가 가벼운 기분이 들었다. 치과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진짜 살기가 너무 힘들다... 왜 살까, 너무 불공평하다, 죽고싶다 이런 생각이었는데, 막상 진짜로 몸이 아프니까 뭐든 이것보다는 났겠다, 다 됐고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가득찼던 내 자신이 웃겼다.

난 지금 진짜 죽고싶은게 아니라 죽고싶을만큼 힘든거구나, 그리고 막상 죽을까 살까 하면 나는 항상 살고싶어 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달까. 

힘들게 버티고 나니 말끔해진 치아를 보는 것도 뿌듯했고, 이런 소소한 것에 아직 행복할 수 있구나. 난 세상을 놓고싶지는 않구나 라는 걸 확인한 것 같아 기분이 나아졌다.

 

 


개같다. 번개탄을 왜 검색해봤을까. 

또 다시 그 모습이 그려진다.

아마 그 빨간 베란다 바닥, 아니면 화장실에서 피웠겠지. 번개탄 때문에 집에 불이 날까봐 걱정했을거야.

위험하니까 불 쓰고나서 가스벨브 잘 잠구라고, 그렇게 잔소리했던 너니까.

냉장고 안은 비웠을까. 그 찬장은. 쓰레기 봉투는 내놓았을까.

 

불을 붙이면서, 연기가 문턱을 넘어 방안을 가득 메우는 걸 보면서 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무서웠을까, 편안했을까, 자포자기였을까.

2010년 유행곡을 마지막으로 들었던데.

내 생각은 났을까.

 

난 그저 누렇게 얼룩진 키보드를 손으로 쓸고, 탄 냄새만 남은 너의 패딩을 한 번 안아볼 뿐이다.

그토록 돌아가고 싶어했던 2006년의 꿈을 꾸며 갔기를.

'일기록 > 생존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0310_2_고립  (0) 2022.03.10
20220310_1_대통령 선거일  (0) 2022.03.10
20220307_뭐가 뭔지 모르겠다  (0) 2022.03.07
20220303_꿈  (0) 2022.03.03
20220302_3월이다  (0) 2022.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