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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록/생존일기

20220307_뭐가 뭔지 모르겠다

by E0 2022. 3. 7.

어제 잠들기 전에 오빠 보고싶어서 한참 울었다.

오빠네 집에서 같이 껴안고 잠들었던 날이 생각나서

오빠가 눕는 자리에 이불을 말아 넣고, 예전에 자던 자세 그대로 팔 올리고 다리 사이에 끼듯이 옆으로 누웠는데

말랑하고 폭신한 느낌이 뭔가 허전해서...

오빠 어깨, 따뜻한 팔, 딱딱한 다리, 고른 숨소리 같은 걸 떠올렸는데

이제는 없는 것이란 사실이 갑자기 와닿으면서 사무치게 외로웠다.

며칠동안 안울어서 괜찮은가 보네 했더니... 역시 잠들기 전은 위험하다.

눈이 부은 채로 출근하긴 싫어서 비벼서 닦아내지 않고 그냥 베고 누운 팔의 소매에 흘러보냈다.

확실히 힘껏 울고나면 좀 나아진다.

 

오빠는 후회하고 있을까. 편해져서 행복할까. 

 

 


 

카톡 보면 살아있는 것 같아.

우리가 싸우기라도 했다면.

오빠가 힘들다고, 나 이제 죽는다고, 잘 지내라고 뭐 이런 말이라도 했다면.

너무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잖아.

난 헤어진 것도 아니고, 사귀는 것도 아니고.

오빠를 아직 좋아하는데 오빠는 없어. 그럼 내 마음은 뭐야?

오빠한테 그냥 연락이 계속 없는 것만 같아. 오빠가 잠수를 탔거나 아님 멀리 연락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있는 것 같아.

오빠가 준 기프티콘도 있고, 물건도 있고, 반지도 있고, 사진도 그대로인데

왜 오빠가 죽었다고 하는지. 

장례식은 뭐고, 49재는 뭐고.

 

대체 뭔지 모르겠다. 오빠... 

시시각각 처음으로 돌아가. 진짜 미친 것 같아.

이게 꿈이 아닌거지? 진짜 악몽이라기엔 너무 사실적이다. 진짜 악몽도 이런 지독한 악몽이 없는데.

 

나 웃기거나 오빠가 흥미있어 할만한 영상이나 사진 보면 자꾸 오빠한테 카톡으로 링크 보내려고 해.

근데 일단 오빠가 못본다는거 머리로는 알아. 왜냐면 오빠는 죽었으니까. 장례식도 했고 어제 제사도 다녀왔는데 죽었겠지. 그래서 그냥 안보내.

근데 느낌은 오빠 공부하는 동안 방해되니까 연락 자제하려고 노력할 때랑 비슷해. 그래서 가슴 아프진 않아.

 

약간 이상해. 머리랑 가슴이 따로 노는 것 같아. 내가 진짜 미친 것 같아.

오빠 찾으러 가고싶어. 왜 내 연락 안받냐고. 왜 그러냐고.

 

사람이 이렇게 쉽게 죽어버린다면, 그리고 죽는다는 일이 이렇게 티 안나는 거라면 

사람은 왜 사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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