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나의 오랜 친구이자 짧은 연애상대였던 분과 헤어질 때 "나는 너 덕분에 내가 연애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어." 같은 말을 했다. 사실 말보단 오기였다. "내가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부터 시작해서 "너는 나한테 맞는 옷이 아니다.", "나는 너와의 추억에 후회가 전혀 없다." 까지, 정말 나를 좋아하지 않는게 분명한 그 사람에게 너 또한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 안달 난 상태에서 꺼낸 말이었는데...
최근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 연애를 시작하면서 느낀점은, 저게 대충 던진 것 치고는 나라는 사람을 꽤 잘 정의하는 말이라는 것.
나는 정말 연애를 좋아한다... 연애하는 나는 굉장히 분주하다. 애인이 없을 때의 나도 분주한데, 애인이 있을 때는 평소의 2배, 3배 분주하다. 잠을 줄여 데이트를 하고, 몇 시간씩 버스와 지하철을 옮겨다니며 먼거리를 오가고, 온갖 좋은 것들을 찾아 함께하고자 열성인 상태로 매일을 산다. 한 사람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발바닥에 불을 지르고 미친듯이 뛰는 상태라고 할까. 사랑할 거리가 있는 세상이 반가워 눈을 뜨고, 다시 사랑할 내일을 위해 잠든다. 넘쳐 흐르는 기운과 창의력, 집중력이 이상하고 또 무섭다.
나는 내가 또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없을 줄 알았다. 불구덩이에 달려드는 무모함은 그 날 이후로 영영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삶의 바닥을 찍고 다시 기어올라오면서 근육이 붙고 맷집이 생긴 걸까. 다른 어떤 때보다 더 어리석게 사랑을 하고 있다. 남자친구가 자살해서 헤어져도 본 마당에,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한들 이것보다 더 아프겠나 싶어 배짱을 부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 내 삶은 결국 사랑이다. 깨어지고 부서져도 결국 일어나 부지런히 하고야 마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정말 사랑을 하려고 태어났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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