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1_삶 그 자체로의 의미
동생의 고등학교 동창이 자기 자취방에서 남자 친구에게 목을 졸려 살해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신고자는 고인의 친동생으로, 언니와 3일동안 연락이 안 되자 경찰 동행하에 자취방 문을 열었는데 그 안에 죽은 언니의 시체, 그리고 만취한 남자 친구가 있었다고 한다. 방에 틀어놓은 보일러 때문에 방치 기간이 3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체의 부패 정도가 심각했다고. 여자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일어난 다툼 중에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하는데, 대체 어떤 사람이 '우발적'으로 목을 졸라 사람을 죽인단 말인가. 게다가 신고는커녕, 썩어가는 여자 친구의 시체 옆에 버젓이 앉아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만취할 때까지 술을 마시는 행동은 충격을 넘어 역겹기까지 하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 자매의 어머니가 병환으로 돌아가신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런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동생의 SNS에 언니가 "내가 너의 엄마가 되어줄게."라는 이야기를 남겼다는 말을 전해 듣고 가슴이 아팠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언니가 자기 남자 친구에게 목 졸려 살해당한' 세상을 목도해야 하는 동생의 삶이, 그 현실이 너무나 가혹하다.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참 삶이라는 게 누구에게나 아무렇게 주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왜 저런 짓을 벌이는 사람들에게는 삶이, 그리고 살아 마땅한 사람들에게는 죽음이 주어지는 걸까. 사람이 선하던, 악하던 결국 죽는다는 점에서 죽음은  공평한데, 태어나고 죽는 시점과 방식을 선택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삶은 참 불공평하다.
이 이야기를 듣고나서 동생에게 "살아야 될 사람은 죽고, 죽어야 할 사람은 사는 걸 보면 생각보다 삶이라는 게 그 자체로는 별로 의미가 없는 걸지도 몰라."라고 했다.
동생은 "언니 죽지마." 했다.
나는 "안죽어." 하고는 방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