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03_꿈
오늘은 오빠가 꿈에 나왔다.
내가 엄청 열심히 편지를 써서 오빠한테 줬는데(정확히 말하면 볼 수 있게 남겼는데) 읽지도 않은 꿈.
엄청 속상했어.
편지가 무슨 내용이었는지 모르겠는데, 뭔가 헤어진 사이에 붙잡는 내용이었던 것 같아.
보고싶다~ 난 아직도 너 생각한다~ 이런 거.
되게 매정하더라 꿈에서도. 뭐 편지 봉투도 안뜯었던데?
아직 부정 단계라서 꿈에서는 자꾸 오빠가 살아있는 것처럼 나오는데
슬슬 오빠가 나랑 헤어진 컨셉인 거 보면 조금씩 업데이트는 되는 모양인데...
이제 죽은 사람으로 나오면 어쩌지 무섭기도 하고
어차피 바뀌는 것도 없는데 그냥 내 무의식도 빨리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고 복잡한 마음.
하긴, 현실에서도 오락가락 하는데 꿈이라고 다르겠냐만...
요즘 약간 정신이 붕 떠있어. 현실인데 꿈같아. 가짜같아, 모든게.
배틀그라운드처럼 아무렇게나 우다다 달리다 죽어버리면 게임처럼 뿅 하고 리셋될 것 같아.
내가 기억하는 예전의 내가 전혀 다른 사람인 것처럼 낯설게 느껴지고 그래.
오빠 죽던 날 나도 같이 죽은게 아닐까.
근데 나는 게임 처럼 다시 리셋되어서 돌아왔고, 오빠는 못돌아온 느낌? 완전히 로그아웃에 계정 삭제...
현실감이 없어. 그냥 오빠만 어디론가 슥 사라진 것 같아.
오빠 살던 곳이랑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런가.
오빠 몸이 뼈만 남아 갈려서 재가 되는 것까지, 그게 밥통만한 그릇에 담기는 것까지 다 봤는데도 이러네.
아무래도 입관을 봤었어야 했나 싶어. 그럼 좀 빨리 받아들일수 있었을까?
어떤 게 더 아팠을까?
요즘은 잘 안울어.
언니 상태도 별로 안좋고, 나도 첫주처럼 넋놓고 우는게 좀 벅차고 힘들어서.
밥은 잘 먹는다. 오빠 생각 잘 안하거든.
이따 집가서 그림이나 그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