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록/생존일기

20220228_편지읽기

E0 2022. 2. 28. 08:13

편지읽었다. 

나쁜 녀석...

힘들면 말해주지. 오빠가 장황하게 편지 써놓은거 보면서 정말 제정신 아니었구나 이 사람. 하는 생각 들었어.

너무 너무 지친게 보였고, 이 마음 참느라 참 죽을 맛이었겠다 싶어.

아쉽기도 해. 나한테도 짐을 좀 져주지, 나 오빠 짐 져 줄만큼 강한데.

아니 내가 약하더라도 우리 둘이 같이있었으면 이겨낼 수 있었을 것 같아. 우리한테는 서로가 있으니까.

 

오빠가 남한테 폐 끼치기 싫어하는거, 가오 상하는거 싫어하는거 아는데

오빠, 약하다고 다 죽으라는 법은 없잖아.

 

어쨌든 이미 일은 일어났고, 오빠는 없는 세상이니 아쉬워 한들 뭐하겠어.

나도 이 세상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면서... 그냥 최선을 다하며 살아갈게. 잘 버티면서.

친구들이 나더러 잘 하고있다고, 대견하다고 해주더라.

오빠 내가 이렇게 강한 사람이야. 

 

요즘 거울보면서 맨날 이 생각해. 

이렇게 귀엽고 착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ㅋㅋㅋㅋㅋㅋ

웃긴데, 그러면 진짜 기분이 좀 나아져ㅋㅋㅋ

 

에휴. 모르겠다. 

오늘 다섯시 반에 정신병원 예약 잡아놨는데, 생각해보니까 오늘 네 시에 일 끝나는 날 ㅠㅠ

이따 예약 시간 당길 수 있는지 여쭤보고 안된다고 하면 뭐.. 버텨야지. 카페를 가든, 회사에서 일을 하든.

우리는 저마다의 속도로 슬픔을 통과한다 읽어야지.

 

그럼 안녕. 생각나면 또 편지 쓸게.